[사설] 13년만의 물가급등 대책이 고작 치킨·김밥값 통제인가

입력 2022-02-20 17:41  

물가 급등을 잡겠다며 정부가 주요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대표메뉴 가격을 매주 공시하는 ‘외식물가 공표제’를 23일부터 시행한다. 죽 김밥 치킨 햄버거 피자 떡볶이 커피 자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 12개 음식이 그 대상이 됐다.

정부는 ‘공시’라는 그럴싸한 말을 붙였지만 ‘감시’이자 ‘통제’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1월 외식물가 상승률(5.5%)이 13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어도 치킨 한 마리, 김밥 한 줄 값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이번 조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며칠 전 “시장 감시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감시’라는 말을 대놓고 언급할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9개 대형 식품회사들을 호출해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배석시키기도 했다. ‘경제 검찰’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구태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벌어져서야 되겠나.

‘두더지 잡기’식 대증요법을 무한반복하는 한가한 태도가 가장 걱정스럽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된 품목은 458개에 달한다. 12개 감시품목의 영향력은 미미해, 이들 가격을 모두 억누른다고 해서 물가잡기에 성공할 수는 없다. 표적이 된 기업만 때려잡는 엉뚱한 결과를 부를 뿐이다. 집값이 오르면 ‘투기꾼 때리기’에 나서고, 고용참사가 벌어지면 ‘세금 알바’ 양산에 몰두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인기영합식 정책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이다. 미국의 1월 물가(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글로벌 인플레의 원인은 원자재·농산물 값 급등, 국제 공급망 균열, 과잉 유동성 등이다. 이런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물가 공표제는 물가상승의 주범이 기업인 것처럼 호도하고 정부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다.

물가 상승은 점점 더 가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조만간 소주 한 병에 5000원, 맥주는 60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책임은 지난 한 해 동안 41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풀어젖힌 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대선 전 추경 살포에 나선 정치권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가격통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들이는 노력의 절반이라도 풀린 돈을 회수하는 데 썼다면 이처럼 물가가 뜀박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공급망 관리와 자원확보, 유동성 관리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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